책소개
검은 선단(船團)이 돛을 내렸다. 어스레한 미명을 뚫고 죽음처럼 검은 선단은 항포(港浦) 에 닿았다. 모든 것은 죽음처럼 이루어졌다. 짐승처럼 사나운 아우성이 곳곳에서 길길이 찢어져 올랐 으나 그것은 죽음을 더하는 하나의 분위기에 지나지 않 았다. 해초처럼 눌어붙은 어둠을 쇠사슬의 금속음이 갉아먹었 다. 철커덩-철컹! 검은 수레마차들이 어둠 속을 요란히 달렸다. 수레마차의 행렬은 장장 십 리를 이어졌다.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비명과 신음이 시공을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