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맛보기> [3] "옥랑, 아침이에요." 은쟁반에 옥구슬을 울리는 듯한 달콤하면서도 낭랑한 여인의 음성이 들렸다. 임운지였다. 방안 가득 밝은 햇살이 환하게 비쳐들고 있었다. 침상 위에 안색이 백랍처럼 창백한 소년이 누워있었다. 임운지는 다소곳이 머리맡에 섰 다. 투명할 정도로 흰 피부, 갸름한 얼굴에 호수처럼 크고 맑은 눈동자, 앵두처럼 붉은 입술...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왼쪽 뺨에 찍혀있는 작 은 홍점(紅點)이었다. 그녀는 꽃무늬가 있는 연남빛 유의를 입고 있었는데 미려한 몸매와 완벽하게 어울렸다. "......." 임운지는 말없이 침상 위의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찰랑거리는 눈동자 에 알 수 없는 물기가 어렸다. 이때 소년이 반짝 눈을 떴다. "눈부셔." 소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창문을 통해 흘러든 햇살이 가득 밀려 든 탓이다. 임운지는 살풋 미소지었다. "일부러 휘장을 걷었어요. 지나친 수면은 옥랑의 건강에 좋지가 않답 니다." 그녀의 호칭은 마치 연인에게나 어울릴 법한 것이었다. 소년은 문득 눈을 반쯤 감았다. 코끝으로 화향(花香)이 밀려들고 있 었다. 창문을 통해 화원의 꽃향기가 방안으로 흘러든 것이다.
저자소개 - 검궁인
1980년부터 10여년 간 다수의 장평무협 소설 저작활동. 『대소림사』,『십전서생』,『웅풍독패존』,『태양천』,『절대마종』,『월락검극천미영-19권』을 비롯하여『루』,『독보강호』,『만통사인방』,『자객도』,『조화공자』,『건곤일척』,『혈루』등 80여편의 창작활동. 만화영화『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달리는 미래특급』,『만화인물한국사』등의 방송시나리오 집필. 현재 만화영화 기획과 대구일보에 대하 무협소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니…"를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