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기를 뒤적이던 릭샤가 엎부분을 레가트에게 보여 주었다. "여기를 보면 저의 부모님들은 저를 볼 때마다 굉장히 꺼림칙해했고, 항시 악마 취급을 하다가 3살이 되던 해에 주변을 지나는 극단에 절 팔아 넘겼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극단에서도 역시 저를 좋게 보지 않았고 괴롭힘이 계속되어 그곳을 빠져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아하니 그 후 일 년 동안 꽤 넓은 지역을 흘러 다녔던 모양입니다. 일단 극단에서 빠져나왔을 때 저의 거처가 이곳 스테왈트 왕국이 아니라 레기느멜젠 제국이었기 때문에... ." 릭샤를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일기를 읽어 내려갔다. 이제 막 8살이 되었다는 어린애가 암울하기 짝이 없는 과거사를 아무런 감흥없이 설명하고 있었다. 할 말이 없어져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레가트는 이내 시커먼 불신이 뭉클뭉클 밀려옴을 느꼈다. '혹시 나 속고 있는 거 아냐?' 릭샤가 하는 행동을 보면 무리도 아닌 추측이다. 자신에게 악의를 가진 자들이 여럿 있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들이 어린아이에게 세뇌를 걸어 못된 장난질을 치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폴리모프 마법으로 모습을 바꾸로서는 시침 뚝 떼고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소개 - 최정연
저서로 <군왕전설>, <금안의 마법사>, <이르나크의 장> 등이 있다.